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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브이로그

분노와 패배감, 결혼과 교육관, 슬램덩크의 정우성과 손흥민과 클레이튼 커쇼에 대한 단상

by Noah1124 2020. 11. 5.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어릴 적 비교적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편이었다. 무언가 위험을 동반하는 새로운 경험은 대부분의 경우 아버지에 의해 아주 최소한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법으로 행해지게 되었고, 이것은 내가 스포츠나 다른 무언가를 할 때에 비교적 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을 가지게 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해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를 맞이하다 보니 싫어도 결혼 후의 육아와 자녀 교육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정리해 보게 된다. 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경쟁이나 어떠한 것을 습득함에 수반되는 분노나 패배감에 너무나도 미흡한 대처로 점철된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갓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언어를 배우고 자기만의 생각이 정립되기 전의 성장기에 있는 자녀가 모든 면에서 그를 낳고 키워준 부모에게 뒤처지고 배움을 얻어야 하는 것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순리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자식이 부모에게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끼는 패배감과 작은 분노를 자기 자신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으로 대처하고 전환 시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슬램덩크라는 작품에서는 출연 캐릭터 중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가진 정우성 이라는 캐릭터의 성장기를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아주 어린 시절, 성인의 키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높이의 어린이용 농구 골대에서 일반인 중 뛰어난 편인 실력을 가진 성인 아버지와 성립되지 않는 1 on 1 에서 수백, 수천 번의 너무나도 당연한 패배를 경험하는 장면, 그러다 결국 얻게 된 값진 1승에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는 연출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이렇게 수백 번 수천 번의 패배를 맞이해도 좌절할 정도의 깊은 절망감이나 마음을 좀먹을 정도의 격렬한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물론 운 좋게도(?) 그런 상대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자식에게 가르치고, 어린 나이에서부터 경험하도록 해 주고 싶은 것들에 대해 항상 탐구하고, 궁리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연습을 하며 준비된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나의 자식이 당장 눈앞에 닥친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열정이 느끼는 일에 늦든 빠르든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곳까지 도전하고 개척하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삶의 어느 단계에서든 열정을 쏟을 일을 가지며 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 갈긴 후 내린 결론은, 결국 나의 자식이 되었으면 하는 인간상에 나 자신이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 가장 확실한 교육법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미국 MLB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 영 상을 3번이나 수상한,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클레이튼 커쇼가 남긴 아주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믿으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으로 사는 삶을 살 뿐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팀인 토트넘 핫스퍼스의 에이스가 되어 버린 손흥민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를 키워낸 손웅정 씨는 손흥민의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고된 훈련에 언제나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함께 해왔다고 한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도 내 자식이 어느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세상에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도. 떠밀리듯 살다가 어느덧 맞이한 늦은 30대의 어느 하루 떠오른 생각들, 아직은 내 머릿속 캔버스에 청사진을 그리는 에스키스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내 인생의 결혼'이라는 작품을 스케치 단계로 나아가게 해 주는 어떠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