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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일상

디스트레인트 2 프롤로그 - 혜민스(님)과 무소유와 돈에 대한 탐욕

by Noah1124 2020. 11. 17.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좁은 아파트에서 외로이 홀로 살다 그곳에서 마저 쫓겨나 어둡고 음침한 양로원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 노부인,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 속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남자.. 이들은 모두 전편 디스트레인트 1에서 주인공 프라이스가 매정하게 재산을 몰수하고 단 하나 남은 안식처마저 빼앗아 버린 사람들이다.




결국 엔딩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사람들을 파멸로 내몰아 버린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엽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며, 불쾌하고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화면은 블랙아웃 되며 게임 디스트레인트는 막을 내린다. 디스트레인트 2는 이후 정신을 잃은 프라이스가 이름 모를 장소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요 며칠 사이 혜민스님 이라는 인물이 SNS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다. 쟁점이 된 논란의 요지는 '무소유' 라는 불교의 이념을 기본으로(사실 나는 법정스님이라는 분께서 말씀하신 무소유 밖에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설법과 강론을 전파하는 신분의 승려가 집값 상승이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에 위치한 호화로운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수억이 넘는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즉 자기 자신이 항상 강조하는 이념의 정 반대의 생활, 이른바 '풀소유'라 불리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혜민스님과 '기부' 라는 키워드로 구글에 검색을 해 보았다.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은 생전에 당신께서 쓰신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셨다는 사실이 그 분의 사후에서야 사람들에게 알려진 법정스님과 달리, 이 혜민이라는 인물은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가 가능하셨던 것은 책 인세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발언이 한 적이 있다는 기사였다.

물론 모든 종교인이 무조건 궁핍한 삶을 산다거나 아주 조금의 재산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수입을 올린다 해도 그것을 공개된 곳에 투명하게 기부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종교적 교리에 따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과 너무나 모순되는(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정상적'인 종교에서 부의 과도한 축적은 지양되는 것이기에) 재산의 축적은 이렇듯 사회적 부조리에 분노하는 대부분의 상식적인 이들의 반감을 사게 되는 것이다.

0.99$, 한국 돈으로 천원, 혹은 가끔은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는 스팀 인디게임 속의 가상인물인 프라이스는, 오래되어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열악한 집에서 생활하며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을 협박하며 재산을 빼앗는 더러운 일을 한다. 그는 그렇게 얻은 안락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죄책감에 괴로워 하며 결국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인생을 끝내기에 이른다. 혜민스와 프라이스, 과연 둘 중 누가 더 인간적인 것인가? 라는 황당한 의문마저 들게 되는 씁쓸한 현실이다.